상처 입은 주변인을 향한, 동지애적 관심
한국 현대사진 대표작가 10 ‘2009 오디세이’전 8 – 오형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7.14~8.18)
인물을 소재로 하는 사진 분야에 있어서 오형근은 한국예술계의 자존심이다. 그는 개인적 삶의 불편한 진실을 사진에 담는다. 흔히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이상적인 균형미의 풍경이나 서정적 정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박수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현실은 오히려 그의 인물사진을 독특하고 고집스러운 개성으로 돋보이게 만들었다.
오형근은 특유의 직관과 집중력으로 우리 시대의 인물군에 대한 화제와 논의를 촉발시켜왔다. 특히 1990년대 말에 발표한 ‘아줌마’ 연작은 사회적으로 전형적인 회색지대에 있었던 아줌마들의 심리적, 외형적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로 각 계층의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에도 오형근은 ‘소녀연기’(2004) ‘소녀들의 화장법’(2007~2008) 등의 작업을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지닌 본연의 갈등 요소들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지를 기록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오형근의 사진에 등장하는 일물들은 중간인이며 경계인이다. 그들은 치유되기 어려운 아픔이나 혼돈을 안고 있으면서도 세상살이에 그럭저럭 적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형근은 그들이 보내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도 그들을 찾아낼 수 있어요. 그들은 한 순간에 나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왜곡이 있습니다. 상처나 흉터 같은 것이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상처를 드러내기 위해서 오형근이 구사하는 태크닉은 철저하다. 자신이 발견해낸 결함 있는 자들의 마음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사진적 조정에 해당하는 일정한 작업의 규칙들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밝기나 대비와 같은 시각적 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서로 다른 인물들이 지닌 정서적 공통지대를 드러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피사체, 즉 주인공이 되는 인물은 화면 중앙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얼굴에 정면으로 비춰지는 조명을 반사해냄으로써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정서를 감추거나 드러낸다. 마치 수면위로 떠오른 물고기처럼 그들의 얼굴은 불안한 경계에서 꿈틀거린다. 감정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므로, 그의 사진은 불안정하고 이중적인 감성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것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해 그가 지닌 동지애적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시각적 표현은 감성의 전달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도구로 하는 감성 탐구의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때, 향후 오형근의 작업이 지니는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의 사진에서 감성은 서사를 압도한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우리 시대의 화두이기도 하다.
신수진 (연세대 연구교수.사진심리학)
© 1989-2024 HEINKUHN OH